학회소식         노인복지소식

12/5 반세기 걸린 ‘母國 봉사’활동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383
12/5 반세기 걸린 ‘母國 봉사’활동


경기 안산시 청안초등학생들이 등하교할 때면 어김없이 노란 조끼를 입고 러시아어와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교통지도에 나선다.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지만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길을 위해 호루라기를 불며 보행안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2년 전 사할린에서 귀국,안산시 사동 고향마을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영주귀국동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이들은 자신들을 불러준 모국사회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간간이 어린이 등하교길 지도나 청소를 해왔지만 좀 더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지난 3월 노인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평균연령 70세,최고령 할아버지가 77세인 사할린동포 노인자원봉사단은 교통봉사대 19명과 환경봉사대 64명,러시아어 통역봉사대 33명 등 모두 116명으로 이뤄졌다. 봉사단의 활약상은 교통지도나 인근 지하철역과 공원,도로 청소활동 외에 러시아어 통역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사할린 거주 당시 대학교수와 교사,연구원이 대부분인 통역 봉사대원들은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해 우리말이 서툰 귀국동포들과 이웃 주민과의 대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변공장에서 일하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주거나 동포들에게 필요한 각종 행정서류의 번역작업도 이들의 몫이다.
자원봉사단장 구창남씨(68)는 명문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한 러시아 지구물리학연구소 연구원 출신. 구씨는 “몸이 불편하거나 언어소통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통역을 시작한 것이 이제는 이웃주민들을 위한 교통봉사,환경정화 활동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리운 고국의 품에 안겼지만 언제나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영주귀국은 고령의 부부들에게만 국한됐기 때문에 사할린에 남아 있는 자녀들 생각에 남몰래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사할린 화력발전소장 출신인 최선규씨(70)는 “망향의 꿈을 찾아 한국에 왔지만 자녀들과 이별하는 또다른 아픔도 있었다”면서 “이런 아픔을 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자원봉사단은 이제 더 이상 추운 겨울을 맞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3일 서울 반포의 J W 메리어트호텔 직원들이 2개월간 손수 짠 목도리 120개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목도리를 두르고 자원봉사에 나서면 마음에다 몸까지 따뜻해지겠지요”
차례로 목도리를 두른 할아버지 할머니 봉사단은 “곧 아이들 하교시간”이라며 총총히 자리를 떴다. (국민일보 2002-12-03 남혁상기자)

2002-12-05 09:48:0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