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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노인도 6개월이면 컴 박사 돼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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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노인도 6개월이면 컴 박사 돼


제2의 도전;노인복지관 컴 선생님 안철씨;''나이 많아 못한다구 ? 6개월이면 컴 박사 돼''

''컴퓨터를 알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강의하는 안철(72) 할아버지는 ‘컴퓨터 도사’로 통한다.
문서 작성에서 인터넷 검색, 채팅, 디지털 사진 편집까지 컴퓨터로 못하는 게 없다.
안 할아버지는 지난해 8월 열린 ‘서울 어르신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뒤, 노인복지관 컴퓨터 선생님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98년까지 그는 다른 노인들처럼 ‘컴맹’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제 컴퓨터 건드리지 마세요.
‘다운’돼요.
” 컴퓨터를 모르던 시절, 안 할아버지는 손자가 던진 이 한마디에 몹시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무시당한 것 같아 서운했어요.
하지만 도대체 ‘다운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처음엔 컴퓨터란 놈이 만만치 않았다.
98년 말 송파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기초과정을 이수했지만, 용어도 생소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어색했다.
그러나 두 달쯤 참으니 인터넷으로 국내외 신문들을 읽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글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를 건드리지 말라”던 손자에게 편지도 썼다.
“컴퓨터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되자 재미가 생기데요.
인터넷을 알면 모든 신문을 공짜로 볼 수 있잖아요.
” 문서 작업과 인터넷이 맘대로 되면서, 그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는 걸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멋진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모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사진 찍는 게 새로운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이쯤 되자 안 할아버지는 ‘영입 제의’까지 받았다.
송파 노인복지관에서 노인 컴퓨터교실 강사로 그를 초청한 것이다.
안 할아버지는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젊은 선생들의 강의를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노인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복지관을 찾은 동료 노인들도 안 할아버지가 쉽게 설명하는 컴퓨터 강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수제자들도 생겼다.
지난해 10월 송파구청이 주최한 ‘어르신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박인규(70) 할아버지와 홍정선(75) 할머니가 그들이다.
홍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꼬부랑 할머니’와 ‘컴맹’이었다”면서 “미국에 있는 큰딸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머리 아픈 기계”라며 할머니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송파 노인복지관의 컴퓨터 기초과정에 등록했지만, 집에서 컴퓨터는 늘 손자들 차지였다.
하나 둘 중도에 그만두는 노인들을 보면서 자신감도 사라졌다.
“처음 한 달이 제일 힘들어요.
그 고비만 넘기면 컴퓨터가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 다음부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요즘 홍 할머니는 매일 미국에 있는 큰 딸 부부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손자들 생일 때는 음악 파일이 담긴 생일카드도 보낸다.
그는 “국제 전화비도 아끼고 ‘신세대 할머니’ 소리도 듣는다”며 아가씨처럼 웃었다.
홍 할머니는 인터넷을 통해 관심이 많던 문학과 역사 공부도 하고 있다.
관련 사이트를 뒤적이다 보면 새벽 2시는 금방이다.
매사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홍 할머니는 “모든 노인들이 이메일과 채팅을 할 수 있으면,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위축되는 노인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도 ‘컴맹’으로 늙어간다는 사실이 괴로웠다고 한다.
개인사업을 쉬고 교회 장로를 하면서 여러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도 느꼈다.
‘노인종합복지관’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유쾌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올해 2월부터 컴퓨터 교실에 동참했다.
컴퓨터를 알면서 짜릿한 경험을 한 것은 박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터넷으로 TV 프로그램을 다시 보거나 미리 볼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MP3플레이어로 흘러간 노래를 듣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 뱅킹도 자주 이용한다.
인터넷 여행정보를 보고 가끔 떠나는 여행도 노년의 즐거움이다.
박 할아버지는 “이제 손자도 저한테 컴퓨터를 배운다”며 “정보가 주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컴퓨터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스승격인 안 할아버지는 “알파벳과 한글을 아는 노인이라면 6개월 안에 나만큼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며 “낮잠이나 화투로 소일하는 것보다 컴퓨터를 배우는 게 백배 낫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2-12-06 장준성 앙코르 객원기자 aypraxis@hotmail.com)

2002-12-28 22: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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