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에게 독극물을 넣은 음료수를 마시게 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20대 며느리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피의자는 ''시아버지가 대소변도 못가리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수발하느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병원에 입원시키면 좀 편해질 것 같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고백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치매는 기질적인 병이며 원인질환이 다양한 병이다. 과거에는 치매의 원인을 밝힐 수 없어서 고칠 수 없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차츰 그 원인이 밝혀짐과 동시에 치매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이런 치료제가 개발될 수록 정확진단과 조기 진단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케어를 위한 치매클리닉의 모델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고령화시대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로 인해 고통받는 노인과 그 가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치매노인의 수는 약 22만명으로 65세이상 노인 320만명의 8.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치매환자를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실제는 10%가 훨씬 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치매인구 연령별 분포는 65세-69세는 1.9%, 75세-79세는 6.1%, 80세-84세는 13.7%, 85세-89세는 26.8%, 90세 이상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21세기에는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노인의 해 한국조직위원장인 김병태 의원은 ''2020년쯤이면 치매환자가 지금보다 약 3배정도 늘어난 6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범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치매관리 실태는 어떨까?
한마디로 '수준이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난 8월 기준 전국적으로 치매노인을 위한 전문요양원은 14개, 치매전문병원은 9개정도만 있을 뿐이며, 주간 보호소 34개, 단기 보호소 17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신고접수만 받을 뿐 실제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 부족한 시설과 인력이나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곳도 없는 형편이다.
현재 치매로 드러나 있는 노인의 10%,즉, 2만 여명은 전문병원에서의 치료를 요하는 중증치매를 앓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치매환자가 차지하고 있는 병상은 단지 1,0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치매는 치료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치매환자는 좋든 싫든 가족들이 집에서 돌보고 있다. 전문지식 없이 여러 해 동안 수발을 들어야 하는 만큼 가족들의 고통은 앞서 시부모 살해기도의 예에서 보듯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치매환자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강남대 노인복지학과 고양곤 교수는 가정중심의 치매환자관리를 위해 ''가정을 방문해 치매환자를 직접 돌보는 가정 봉사원 서비스와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보호센터증설을 동시에 추진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전국적으로 250개 이상의 가정 봉사원 센터와 160개 이상의 주간 보호소, 40개 이상의 단기 보호소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면 현재 치매환자를 위한 정부의 노인복지예산은 얼마나 될까? 고 교수는 ''노인복지예산만을 볼 때 우리 나라는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불효자나라''라고 혹평한다. 금년 약 80조의 정부예산 가운데 노인을 위한 복지예산은 약 1,900억원 정도.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을 위해 쓰는 돈이 고작 0.2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범위를 더 좁히면 그 가운데 치매관리를 위해 쓰는 돈은 채 300억원에 못 미친다. 이러한 액수는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치매관리를 위해 우선 급하게 필요하다고 분석한 2,600억원 보다 턱없이 적다.
치매는 '뇌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구분된다. 뇌혈관성은 40대에도 나타나지만 알츠하이머형은 연로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그 두가지 다 왜 발생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어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위축, 탈락되어 가는 것. 신경세포의 위축, 탈락은 노화현상의 하나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왜 어떤 사람에게서는 발생하고, 다른 사람에게 서는 발생하지 않는지조차 밝혀지지 못한 상태다.
이에 비해 '뇌혈관성 치매'는 그 형질부터가 알츠하이머형과는 달리 뇌의 내부에서 발생한다. 쉽게 말해 대뇌피질에서 말단으로 명령을 전달하는 '전선'인 섬유층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래서 마비나 지각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된다.뇌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모든 지적 능력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는 남아있다. 그래서 치매증상에서 여러 모순이 생기는 것이고, 약물요법이 종종 반응을 보이고 효과를 보는 것도 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치매의 원인으로 왕년의 권투선수'알리'가 앓고 있다고 해 널리 알려진 '파킨스씨병'이 있다. 이 병은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굳어져, 운동이 현저하게 어려워지는 만성병이다. 원래 파킨스씨병은 치매로 발전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는데 근래에는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도 치매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들 중 특히 '뇌혈관성치매'가 60-70%를 차지하고, 알츠하이머병은20%내외이며, 그밖에는 혼합형이다. 그런데 뇌동맥 경화는 이론상으로 예방하기 쉽고, 또한 동맥경화로 인한 증상은 치료에 반응을 잘 나타낸다는 점에 국내 의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부는 최근 뇌연구촉진심의회를 열고 2007년까지 뇌이해와 뇌 정보처리 응용 기술 및 치매치료제 개발에 모두 3,763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뇌 연구 촉진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 해 치매 및 뇌 질환 치료의 야심에 찬 첫발을 내디뎌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복지신문 1999-9-20>
2002-05-02 18: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