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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9 초기치매증상 및 자가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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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9 초기치매증상 및 자가발견





《치매(dementia)의 어원은 ‘정신(-mens)이 떨어져 나간(de-) 상태(tia)’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정상적인 사람이 지속적으로 인지 능력이나 지적 능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치매는 환자보다 가족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이다. 서서히 ‘인간’을 잃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조사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런 가족일수록 당뇨병 관절염 위궤양 두통 우울증 무기력 빈혈 등 만성질환자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1995년 22만 명이던 치매 환자가 2005년 35만 명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62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

◆ 치매 바로 알자

모든 치매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특효약’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만 하면 혈관성 치매는 원상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일부 치매는 조기발견만 하면 100% 완치도 가능하다.

치매의 증상은 원인만큼이나 다양해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는 없다. 다만 건망증과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다.

아직 40대라면 건망증과 치매는 관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억이 나지 않아도 누가 옆에서 힌트를 줬을 때 기억해 낸다면 건망증일 뿐이다. 치매일 때는 힌트를 줘도 기억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이라면 치매와 건망증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많은 노인들이 초기에 건망증처럼 보이다 증상이 악화돼 치매로 판정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제1회 국제치매예방학술회의에서는 치매 예방 습관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평소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퍼즐이나 바둑을 즐기자. 전화번호를 듣고 10초 뒤 기억해 내는 게임도 좋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적을수록 치매 위험도 낮았다. 부모님께 사회생활을 하도록 권유하자.

이 밖에 정기적인 운동을 하며 비타민C와 E가 많은 과일과 채소, 엽산이 풍부한 곡물류를 자주 먹는 것도 좋다.

◆ 초기 증상을 잘 살피자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초기증상은 다음과 같다. 이럴 때는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우선 기억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최근 기억력이 떨어진다. 반면 가족의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 오래 사용했던 기억은 초기에는 잘 기억하는 편이다.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린다. 그러다보니 “왜 그거, 그거 있잖아” 등의 표현이 늘어난다. 날짜 계산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초기 증상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치매클리닉에서 개발한 치매조기발견 자가진단(SIRQD)표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 냄새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마티아스 태버트 박사는 의학전문지 ‘신경학회보’에 치매 환자들이 특정 냄새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치매 전 단계 또는 치매 환자일수록 박하, 가죽, 딸기, 라일락, 파인애플, 연기, 비누, 천연가스, 레몬, 정향 등 10가지 냄새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 의사들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자가 검사로서는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 치매의 종류

① 알츠하이머병=전체 환자의 50∼6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치매. ‘베타 아밀로이드’란 독성물질이 뇌에 쌓여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발병한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노인의 경우 건망증과 혼동할 때가 많다.

② 혈관성 치매=20∼30%를 차지하며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생긴다.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뇌중풍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부터 마비와 시력장애, 보행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③ 기타 치매=10∼30%를 차지한다. 우울증,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갑상샘 기능저하증 등 대사성 질환, 뇌종양, 감염성 질환 등 원인만 수십여 종에 이른다.

◆ 알츠하이머병 게섰거라 신약 개발 잇따라

현재 국내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아리셉트’, ‘레미닐’, ‘엑셀론’ 등 3종류(사진)다.

‘아세틸콜린’은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물질. 그러나 ‘Ach’란 효소가 분해해 버린다. 이들 약은 Ach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치매의 악화를 6∼9개월 늦출 수 있다. 다만 피로감이나 불면증, 어지럼증,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다. 최근 1일 2회에서 1일 1회 복용으로 간편화된 제품이 많이 나왔다.

중증 치매에는 ‘에빅사’가 있다. 이 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증 치매 치료제로 인정되고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차단하는 원리다. 이 물질은 학습과 기억을 방해하며 뇌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베타 아밀로이드’란 독성물질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최근에는 이들 약 이외에 10여 종의 신약이 개발돼 전 세계적으로 최종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차단하는 효소억제제, 면역반응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면역치료제가 대부분.

물론 이들 신약을 모든 환자가 이용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려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동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손영호 교수]
[동아일보]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05-08-22 09: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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