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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실버월드’는 혁신의 기회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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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실버월드’는 혁신의 기회


10년 후 도쿄(東京)의 쇼핑가 긴자(銀座)의 모습이 이렇게 바뀐다고 상상해 보자. 한때 전자제품과 완구류가 즐비하던 이곳에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계가 열린다.

10년 후 도쿄(東京)의 쇼핑가 긴자(銀座)의 모습이 이렇게 바뀐다고 상상해 보자. 한때 전자제품과 완구류가 즐비하던 이곳에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계가 열린다. 먼저 첨단 휠체어뿐 아니라 ‘진짜’ 고래뼈로 만든 지팡이 광고가 눈에 띈다. 세집 아래에선 소니가 새로 출시한 콜레스테롤 자가 진단기가 대유행이다. 장사가 잘되는 상점은 아직 별로 없다. 그러나 한때 활기에 차 있던 이 지역에 초소형 객실과 간호 로봇이 비치된 호텔들을 비롯해 장의사·내과의원이 속속 들어선다.

급속히 고령화되는 ‘실버 월드’의 모습이다. 올해 일본인의 평균 연령은 42세이고, 70세 이상 인구도 1천4백만명에 이른다. 이같은 인구 구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구상에 살았던 전체 노인 인구의 3분의 2가 오늘날 생존해 있다. 하지만 1990∼1995년 출생자 수는 70∼95년 출생자의 절반밖에 안된다. 갈수록 노인 수는 늘지만 이들을 부양할 젊은층의 수는 계속 준다는 뜻이다. 일부에선 첫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노후연금을 수령하는 2012년께엔 ‘노령화로 인한 불황’이 잇달아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또 일부는 노인층이 의료보호 체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면서 복지시스템이 붕괴할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세대 간 전쟁’까지 거론된다. 최근 유엔의 한 보고서는 이를 ‘21세기 최대의 사회적 도전’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꼭 그렇기만 할까. 급속한 노령화가 오히려 혁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점에서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유럽과 아시아 만한 곳도 없다. 전통적으로 젊은층의 요구에 부응하던 업계는 이제 새로운 노년층을 겨냥하고 있다. 주택에서 자동차·로봇·전자제품·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은 노령화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 의해 움직인다. 일본 시세이도社의 ‘베니피언스’와 프랑스 랑콤社의 ‘압솔뤼’처럼 ‘성숙한 피부’용으로 광고되고 있는 제품군은 이들 회사의 피부관리 제품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2012년엔 과거를 되돌아보며 노령화가 유발한 경제적 효과에 경탄할지 모른다.

50세 이상 연령층은 선진국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인 동시에 연금혜택 증가로 가장 부유한 계층이다. 고급 승용차와 값비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잘 팔리는 이유는 구매자의 평균 연령이 10년 전보다 높아졌고 노년층 대부분이 더 부유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울상을 짓는다. 일례로 청바지 제조업체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젊은층 시장의 급속한 위축에 대해 불평한다. 리바이社가 99년 유럽 현지 공장 3곳의 문을 닫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의 미래 모습을 잘 보여준다(2012년 일본 인구 10명 중 3명은 60세 이상이 된다). 혼다·반다이社 등은 음료를 갖다 주고 가방도 들어주는 로봇을 개발중이다. 반다이社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며, 노래하는 최첨단 인형 프라이모푸엘을 2년 전 선보였을 당시 가장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계층은 형제 자매가 없는 어린 소녀가 아니라 벗이 필요한 독신 노인이었다.

회사 이미지를 노인층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한 금기도 깨지고 있다. 일본 다음으로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프라다·구치·아르마니 등 고급 브랜드들이 5년 전부터 아예 노년층을 겨냥한 제품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덜 타이트하고, 허리선과 목선이 더 높으며 윤기없는 피부에 활기를 더해주는 색상의 제품들이다. 로레알社는 최근 피부관리 제품광고에 젊은 모델을 쓰는 방침을 버리고 57세의 카트린 드뇌브를 기용했고, 미국의 반항적 젊음의 상징인 할리 데이비드슨은 이제 나이든 층을 겨냥한 고급 오토바이 브랜드가 됐다(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52세).

노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노령으로 인한 불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고령이 되도 더 활동적이란 사실을 무시한다. 독일의 한 동향조사업체 중역은 “유럽 노인들은 요즘 제2의 사춘기를 맞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처음 사춘기를 맞았을 때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해보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추세는 날렵한 컨버터블 승용차 판매량에서 이혼율 증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이탈리아의 유명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피아조와 아프릴리아는 이탈리아의 꽉 막힌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위해 선보인 3륜 스쿠터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한다. 또 최근 연구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이탈리아인 중 73%가 자주 성관계를 가지며 이 중 3분의 2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말장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노인들이 디저트로 비아그라를 먹는다고 비꼰다.

노인들은 레저 산업조차 자신들의 욕구에 맞게 변화시킨다. 한때 젊은층의 전유물인 놀이공원은 더 ‘점잖은’ 놀이기구로 노인들을 끌어 들인다. 지난 3월 노르웨이 오슬로港에선 은퇴 노인을 위한 해상 아파트인 레지던시(ResidenSea)號가 출항했다. 객실 1백90개는 개당 최고 7백만달러에 분양됐고, ‘입주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사망하기 전까진 이 배를 타고 전세계를 항해한다.
노년층은 인터넷 이용자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다. 이탈리아에선 60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20세 이하층보다 많다. 또 알카텔·에릭슨·노키아社는 노화로 인해 손가락 움직임이 둔한 노년층을 겨냥해 큰 사이즈의 휴대폰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층의 부족은 자동화를 촉진한다. 지난해 스위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의 일부 점포에 도입된 셀프서비스 계산대, 운전사 없는 기차나 버스, 음성인식 가전제품과 호출기 등이 그런 예다. 베를린의 다임러-크라이슬러 연구팀은 신형 벤츠를 설계할 때 노인 운전자를 염두에 둔다. 앞차와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센서도 노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리가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는 욕조가 안전한 샤워 부스로 교체되면서 노년층의 안전을 염두에 둔 개조사업이 호황을 맞게 될 것이다. 대가족을 위한 주택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 주거문화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유럽 인구가 2050년까지 현재 인구의 17%인 1억2천4백만명이 줄게 되면서 수백만채의 건물이 내버려지게 되고, 먹여 살릴 인구가 줄면 시골에도 농장 수보다 많은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처럼 조용히 노령을 맞을 생각이 없다. 샌디에이고의 한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필 굿맨은 “그들은 젊은층 문화를 평생 동안 누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50세 이상의 영국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록 콘서트에 간다. 얼마전 70년대 인기그룹 이글스는 빌보드 차트에서 실황 공연 수입 1위를 기록했다.청춘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일본도 연금제도를 파산 위험에서 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주식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장기 불황’에 대해 경고한다. 갈수록 느는 은퇴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구매자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내다 팔면 가격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엔 인구국의 조지프 체이미 국장은 “그것은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가져다 줄 심각한 변화”라며 노령화는 가장 예측이 쉬운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주 날씨보다 40년 후의 인구분포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말을 염두에 둔다면 최신형 로봇을 사기 위해 미리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2002-09-19 STEFAN THEIL 기자)

2002-10-26 10: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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