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         노인복지소식

11/7 '사이버 타운' 진주 이반성면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403
11/7 '사이버 타운' 진주 이반성면


‘사이버 타운’ 만든 진주 이반성면 세계적 ‘e-비즈니스 농촌’뽑혀…
노인들도 인터넷 뱅킹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이도숙(66)씨는 2000년 이전만 해도 컴퓨터가 뭔지도 모르는 컴맹이었다. 벼농사와 함께 배·매실을 재배하고 소를 키우는 이씨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농축산물 가격 동향을 꼼꼼히 살핀 뒤 출하시기를 결정한다. 『농번기라 농협에 갈 시간조차 없다』는 이씨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소를 판 돈이 제대로 입금됐는지 등을 확인한다. 같은 마을 김복수(61)씨도 『컴퓨터를 켤 줄도 몰랐지만 배운 대로 자꾸 해보니까 되더라』며,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막내딸 김정현(26)씨와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이반성면은 진주시에서 동쪽으로 58㎞ 떨어진 산간오지. 1000여가구 2500여명의 주민들이 쌀·보리 농사를 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그러나 지금 이반성에선 정보화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농촌의 활로를 모색하는 「농촌부흥운동」이 한창이다.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 「초록」의 인터넷 사이트(www.choroc.co.kr)가 스웨덴 스톡홀름시에서 최근 열린 「스톡홀름 챌린지 어워드 2002」 e-비즈니스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모델로 선정된 것.

「IT(정보기술) 분야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스톡홀름 챌린지 어워드 2002」는 e-비즈니스 전자정부 환경 문화 건강 교육 등 6개 부문에 걸쳐 정보화 관련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제출받아 우수 사례를 선정하는 대회. 이번 대회에는 80개국에서 515개 정보화 모델이 참여했으며, 「초록」은 농촌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살린 다양한 e-비즈니스 모델로 심사단의 호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빈집·묘지관리, 경조사지원 등 고향지킴이 사업. 묘지 관리는 정기적으로 벌초를 해 주거나, 봉분 등이 훼손됐을 경우 온라인상으로 확인하게 하면서 보수·관리해 준다. 빈집 관리도 청소와 난방·수리 등을 해 주고 역시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경조사지원은 농촌지역에 젊은 층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 음식물 준비에서부터 묘지 조성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는 것.

「초록」은 진주시 이반성면 주민 200여명이 1999년 6월에 조직한 「이반성 PC동호회」가 모체. 동호회는 「초록」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사업을 벌이는 한편, 1999년 문을 닫은 이반성중학교를 완전 개조해 「푸른 문화의 집」이라는 사회교육문화센터도 오픈했다. 이곳의 컴퓨터 교육장에는 최신형 컴퓨터 21대를 비롯, 교육용 프로젝터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도서실에는 컴퓨터 관련 서적과 어린이 도서 등 3500여권이 가지런히 정리돼 마을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카페처럼 꾸민 열린 공간 「마루」에서는 농번기가 끝나면 영화 상영과 함께 서예교실, 천연염색 등의 강좌가 개설된다.

「이반성 사이버타운」의 출발점은 1999년 30~40대 청년 농업인 20여명이 진주 경상대 전산교육장을 찾아가 컴퓨터 강좌를 요청하면서부터. 힘든 농사일에 저녁이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됐지만 이들은 주 4회 50여㎞ 떨어진 교육장을 찾아가 컴퓨터 기초과정부터 배웠다. 면 전역에 컴퓨터 붐이 일면서 노년층 주부 등도 참여했고, 시청·진주산업대·이반성초등학교 등지를 옮겨 다니며 기초과정 이수자는 심화과정으로, 초보자는 기초과정으로 나눠 교육을 받았다. 주민 이평규(61)씨는 『겨울 밤이면 주민들끼리 술도 마시고 심심풀이 고스톱도 치고 했으나 컴퓨터를 배우면서 이 같은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PC동호회」를 결성했고 기증받은 중고 PC를 수리,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보급했다. 이즈음 정보화를 바탕으로 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보자는 의욕이 차츰 구체화됐다. 「푸른 문화의 집」 개관과 영농조합법인 「초록」의 설립은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보통신부로부터 지원받은 교육장 PC 20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외부 지원 없이 주민 스스로가 참여해 이뤄냈다는 것은 특별할 만한 일.

이반성면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지난해부터 인근 지수·사봉·진성·일반성면으로 컴퓨터 열기를 확산시켰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했고, 중고 PC 등도 지원해 각 지역 면사무소 빈 공간에는 컴퓨터와 정보검색실 등을 갖춘 정보문화센터도 잇따라 들어섰다.

이반성 사이버타운 황인철(43) 회장은 『「정보화는 골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던 주민들이 정보화로 무장,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며 『과거엔 가장 못사는 동네였지만 대한민국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선일보 2002-11-01 姜仁範기자 ibkang@chosun.com)

2002-11-07 09:12:44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