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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최후까지 늙지 않는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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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최후까지 늙지 않는다.


요즘 영화들이 하도 자극적이어서 제목만 봤을 땐 무슨 또 사내들 의리를 다루었던가, 그도 아니면 하드코아 포르노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죽어도 좋아!」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제대로 된 영화 평은 다음달 「정성일의 영화세상」을 참고하시길).
어느 날 공원에서 만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야말로 한눈에 뿅 간다. 그때 던진 할아버지의 추파. ''할머니 예서 혼자 뭐해. 너무 예쁘네. 전에 본 적이 없어.'' 장면이 바뀌더니 할머니가 옷 보따리 들고 할아버지 집으로 온다. 할아버지는 좋아 어쩔줄을 모른다. ''아이고 왔네.'' 짐 얼른 받아들더니 얼굴 부비고 좋아 난리다. 동거가 시작됐다.
영화는 노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보여준다. '있는 그대로'가 그 자체로 의미인 것은 노년에 씌워진 편견, 오해, 그 주류(젊은것들)의 시선이 노인을 무성적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개의치 않고 '늙으나 젊으나 사랑은 똑같다'는 것을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가령 이런 것.
할아버지는 늘 달력에 뭔가를 기록한다. 할머니와 동거전, 그러니까 '방문하는 관계'였을 때 '이씨 다녀감'이라고 쓴 메모는 살림을 합친 뒤엔 '꽃표'로 바뀐다. 일주일에 세 개도 좋고 네 개도 좋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개의 꽃표가 그려진다. 짐작이 되시는가. 바로 섹스한 날이다. '낮거리'라고 쓴 날도 있다. 해지기를 참지 못한 날이다.
''욕실에서 나오는 남편을 보고 에구머니 소리를 지를 뻔하게 놀라면서 얼굴을 돌렸다. 팬티만 입은 남편의 하체가 보기 흉했다. 넓적다리에 약간 남은 살은 물주머니처럼 축 쳐져 있고 돋는 것처럼 혐오스러웠다. 징그러워하는 것하고는 달랐다. 징그럽다는 느낌에는 그래도 약간의 윤기가 있게 마련인데 이건 군더더기 없는 혐오 그 자체였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묘사된 '퇴직한 남자'의 몸이다. 피부와 근육으로 치자면 영화 속 할아버지도 다를 바 없다. 일흔세 살의 몸이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데 지장은 없다. 노년의 정욕은 아주 서서히, 그리고 친절하게 진행된다.
''어때, 이렇게?'' ''아니, 이렇게.'' ''아이구 죽겄네.''
''오고 있어?'' ''너무 좋아.'' ''나는 됐어요. 이제 당신 순서야.''
하루 종일 담뱃가게나 지키며 혼자서 라면 끓여 먹고 밤이면 틀니 꺼내 칫솔로 박박 닦아대던 남자. 이 독거노인이 어느 날 비숫한 연배의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더니 눈에 광채가 흐르고 표정에 웃음살이 잡힌다. '천하를 얻은' 이들은 어느 날 정화수 한 그룻에, 촛불 두 개 켜놓고 맞절하며 이렇게 언약한다.
''멋지게 살아봅시다. 영원히.'' ''건강해요. 사랑해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박치규씨와 이순예씨는 만난 지 한달 만에 살림을 합쳐, 서울 어느 변두리 한 지붕 아래서 깨가 쏟아지게 잘살고 있다. 커플링도 끼고 길가다 붕어빵도 사 먹는다. 자주 아픈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닭 모가지 비틀어 삼계탕을 끓여 바치며, 할머니는 더운 여름날 신랑 고생시킨게 미안한지 삼계탕 앞에 두고 눈물 짠다. 정말이지 젊은 사람들 약 오르게 잘 산다. 경기민요 전수자인할머니의 장구 장단에 할아버지는 뒤늦게 소리를 배우고, 할아버지가 인계한 가계부에 할머니는 '콩나물 1000원, 파스 1500원'이 라고 적으면서 한글 공부를 다시 한다.
너무 늦게 만나 두 사람, 그 동안은 어찌 살았을까. 얘기하다가 자식들이 지들 방으로 속속 들어가 버리면 그게 참 서글펐던 할머니. 한 달이면 열흘은 잠을 못 자고 밤새 뒤척이던 시간들, 그 설움을 어디 말할데가 없었다. 헌데 ''나는 이 양반이 안 오면 죽을병에 걸려 죽던가 세상살이가 끝날 뻔했다''는 할아버질 만나 '죽어도 좋을' 행복을 얻었다.
작년 5월, 만난 지 두 달을 기념해 사랑의 연을 맺어준 최초의 장소 서울시 성동구 복지회관에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 나가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누가 만들어주고 갖다주는게 아니에요. 자기가 만들어야 해요. 외롭게 한숨 쉬고 살게 아니라 자신 있게 사랑을 만들어 보라구.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그것만 연구해요 밥 먹고 그것만 연구하라구. 능력 발휘해야지. 소질 계발하고.''
'죽어도 좋아!'의 감독 박진표는 12년 경력의 방송국 PD. 작년 5월 어버이 날 즈음 '사랑'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만난 박치규, 이순예 커플을 보고 영화를 생각했다. 텔레비젼용으로 '날리기'엔 너무 아까운 러브 스토리였다. 그래서 순전히 '이 두 분' 때문에 영화감독이 됐다. 영화 제목은 본래 할아버지 제안에 따라 '순예 내 사랑'이 될 뻔했다. 너무 '노골적'이라 좀 순화시킨게 '죽어도 좋아'였단다. 영화의 영어 제목(지난 4월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은 'Too Young To Die'. 죽기엔 너무 젊은. 영어 제목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들의 사랑은 너무 젊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지난 5월 11일 토요일. 독신 노인들을 위한 '만남의 날'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원우문화센터에 갔다. 50대부터 60, 70대 남녀 2백여 명이 모여 있다. 드럼치고 아코디언 연주하는 밴드도 모두 백발 노인들이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있는데 행사의 하이라이트, 짝짓기에 호명된 숫자다. 노래 부르며 옆 사람 등 두드리고, 어깨동무하며 율동하고 그러다 몸이 데워지면 초면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진다.
건물 밖에서 서성대는 한 할머니. 안 들어가고 뭐하시냐 물으니 남자친구를 기다린단다. 나이를 물었는데 '6학년 3반(63세)'이라고 말한다. 그 목소리가 경쾌하다.
''여기에서 인생 공부하는 거지. 생긴 것도 제각각이요, 늙은것도 다 다른데 얼마나 재밌어. 죽는 날을 골방에서 맞을 순 없잖아.''
스무개 테이블 중 하나는 커플용이다. 개관한 지 17년째인 원우문화센터에서 배출한 2백 50여 쌍 중 대여섯 쌍이 오늘 모임에 나왔다. 만난 지 9년째인 정희채(72), 박혜숙(63) 커플은 여전히 신혼이다. 그 비결을 물으니 여자의 대답이 의외로 간단하다.
''여자가 반찬 꺼내놓을 때 남자는 밥솥에서 밥 푸고, 청소기 돌릴 때 걸레질하면 되요. 신문 가져와라, 재떨이 가져와라 그러면 다 깨져. 여자가 뭐가 아쉬워 함께 살겠어.''
어디를 가나 그렇듯 적극적으로 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쪽 구석에서 눈치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마음'이 안 풀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회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 안하고 옆 사람하고만 속닥거린다. 홍제동에서 온 김아무(62)씨는 가슴에 달아야 할 번호표를 테이블위에 엎어 놓았다. 불러도 나가지 않겠다는 표시다. 언젠가 동네 사람들에게 이곳 문화센터에 다닌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괜히 창피만 당했다. ''거기 남자 여자 짝짓는 데라며?'' 서예 배우러 평일에만 왔지 토요일 모임엔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은 친구가 온다고 해서 같이 오긴 했지만 여전히 낯뜨겁다. 남자들을 가리켜 ''으이구 낯족제비, 숯검댕이들''이란다. 쑥쓰러운 건가, 정말 싫은 건가.
''난 저런 거(미팅) 못해. 딸한테 혼나.''
무대 위에선 번호가 불려지고 짝을 찾은 남자는 단박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또 사회자가 시키는 대로 시늉한 여자의 ''제 마음을 받아주시겠습니까''라는 말에는 ''암, 받아주고 말고'라며 짓궂게 웃는다.
오늘 모임의 최연소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온 젊은 새댁이 눈에 띈다. 묻지도 않았는데 ''저(어머니) 감시하러 온 거 아니에요''하며 손사래를 친다. 상처한 지 10년째인 시어머니에게 살림 맡기고 손주 떠안기는 게 미안해 이곳을 놀이터 삼으라고 소개 시켰지만 혼자는 안 가려고 해 오늘로 세 번째 동행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의 전화의 혼자 사는 노인들의 모임 '알로생(알뜰한 노인들의 생활)'의 회장 옥유환(72)씨를 만났다.
''한국 노인들 억울한게 많아. 지금 30, 40대들은 연금보험이다 해서 노후를 준비하지만 우리 땐 안 그랬어. 6·25 겪고 5·16 겪으면서 보릿고개도 넘고, 자식 먹이고 공부시키기에 바Q지. 그러다 보니까 남은게 없어. 자식들이(용돈) 안 주면 실망하고, 주면 고마운 거고 그렇지. 자식들 눈치 볼 수밖에 없어. 재혼을 하더라도 집 얻고 생활비 벌어야 하고, 데이트만 한다해도 돈이 드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재혼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자식들 신세 안 지고, 속 편하게 친구사귈 만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더 많다. 원우문화센터의 한 달 강습료(서예, 컴퓨터, 노인들에겐 적은 액수가 아니다.
마지막 댄스타임이 열렸다. 혼자서 막춤 추는 남자, 남자가 리드하는 대로 지르박 스텝을 밟는 여자, 그리고 여전히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는 '내숭과' 남녀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한 쌍이 있다. 유독 여자의 빨간 원피스와 빨간 구두가 시선을 끈다. 송재윤(66), 조수가(60) 커플은 이곳 문화센터에서 탁구 치다가 친해져 만난지 1년만에 결혼하고 올해로 4년째다. 절에서 식도 올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왔지만 살림을 합치진 않았다. 아흔을 바라보는 친정 어머니와 함께 사는 조숙자씨는 나이든 사위를 불편해 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두집 살림'을 하고 잇다. 그 마음을 이해한 송재윤씨는 여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위층으로 이사와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자가 밥과 반찬을 해 놓으면 청소와 빨래는 남자가 하고 '합궁'하는 날은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로 정했다.
''같이 춤을 출 때 느껴져요. 그럼 저도 기분이 좋죠. 내가 아직 남자를 흥분시킬 수 있구나 싶으니까. 이 사람한테는 미안해요. 매일매일 '하고' 싶어하는데 제가 몸이 좀 약한 편이라 일주일에 두 번만 하기로....''
이 커플의 '성'적 건강 비결은 취미 생활이 같아야 한다는데 있다. 바둑은 여자가 남자에게 춤은 남자가 여자에게 가르쳐줬다. 영화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본다. 남자가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두 편 있다. 「마고」와 「죽어도 좋아」. 아직 개봉은커녕 홍보도 안 된 영화들을 줄줄이 꿰고 있다.
''그 영화(「죽어도 좋아」)그대로 상영이 안 될 거라던데. 섹스 하는 거 다 보여주잖아. 잘리면 영화가 제대로 사나, 반감되지. 늙은이들 풀어 놓아서 뭐 문제될 게 있다고.''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여자가 옷을 갈아 입는다. 빨간 드레스는 여기서 춤출 때 입으라고 남자가 사주었다. 평화시장에서 7만원에 샀단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는 데이트 삼아 재래시장 다니기를 좋아한다. 한 달 수입이 얼마냐고 물었다. 60만원. 남자가 문화센터에서 컴퓨터와 댄스 가사를 하면서 버는 돈이다. 술, 담배로 들어가는 돈이 없어 그걸로도 충분하다.
이들이 문화센터와 집을 오고 가는 방식은 한 편의 영화다. 남양주 집에서 청량리까지는 버스를 타고, 청량리에 내려서는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문화센터(신설동)까지 질주한다. 여자는 남자가 모는 자전거 뒷자석에서 허리를 꼭 붙들고 있다. 더 그림 같은 풍경은 청량리 버스 정류장에서 펼쳐진다. 남자가 신문지를 꺼내 바닥에 펴면 여자가 거기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렇게 둘은 버스를 기다린다. 이건 실제 상황이다.

1천원짜리 낙원

원우문화센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무도장'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가는 데처럼 술 마시고 밤새 영업하는 나이트클럽이 아니다. 노인들을 위한 '콜라텍'같은 곳이다.
오후 3시쯤 갔는데도 60, 70평 가량 되는 무도장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입장료 1천원만 내면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원하는 만큼 놀다가 f수 있다.
무도장은 '작은'흥분의 도가니다. 여기서 60대는 중년. 70, 80대 노인들까지 '몸의 나이'에 맞는 스텝을 열심히 밟는다. 제자리 걸음만 하는 이도 있고, 땡겼다 풀었다 다소 격렬하게 동선을 그리는 이들도 있다. 아예 꼭 안은채 얼굴만 부비기도 한다. 이곳에서 키스는 대수롭지 않다. 무도장 벽을 따라 늘어선 의자는 누군가 손 내밀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남녀들 차지다. 쉘 위 댄스?
여자 화장실은 만원이다. 정작 용변을 보러온 이들보단 화장 고치고 머리 빗고 '내가 찍은 남자'들에 관한 수다로 왁짜하다. 무도장 화장실은 또 다른 '애정감성 일촉즉발'의 배출구.
''노인들 어디 갈 곳이 있나. 공원에 거지처럼 앉아 있는 것보다 이런데서 운동도 하고 친구도 사귀는게 낫지. 대학생들 MT가지? 교수들이 따라가도 남녀상열지사, 일이 생기자면 다 생기잖아. 여기 노인들도 마찬가지야, 그냥 레크리에이션으로 오는 사람도 있고 그러다가 연애하는 사람도 있고.''
무도장 옆방에 꾸며진 작은 주점(실은 불법이다)에서 만난 김아무(67)씨는 골뱅이 안주에 소주 한 병을 앞에 두고 여자친구와 가볍게 한잔 걸치는 중이다. 이곳 주점의 안주는 일괄 6천원, 소주가 2천5백원이니 무도장 나들이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해결된다. 3, 4년 전부터 이런곳이 꽤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도 비좁은 걸 보면 과연 고령화 사회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 평균 1천명은 넘게 찾는다고 하니.

우리도 사랑 때문에 자살한다.

서울시가 위탁경영하는 노원구 종합복지회관의 임춘식 관장(한남대 사회복지학 교수)은, 우리나라 노인인구(60세 이상)는 이미 4백만 명을 넘어 섰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그 중 반이고, 또 그 중 60%가 독거노인이라고 설명한다.
''청소년 이성문제는 그래도 나아요. 가정과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잖아요. 그런데 노인들의 이성문제는 완전히 은폐되어 있어요. 사기나 강간을 당해도 말못하고 매춘행위를 하다가 성병이 생겨도 혼자 끙끙 앓습니다. ''
한 가지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얼마 전 한 할머니가 자살을 했는데, 이유가 남자의 배신이었단다. 여자는 평소 '백구두, 백바지' 차림의 그가 좋았다. 그에게선 향수냄새가 났고(할머니들은 '노인냄새'나는 남자를 가장 싫어한다. )늘 단정했다. 그래서 놀러도 가고 잠도 자고 돈도 썼다. 그런데 '나 하나만' 사랑하는 줄 알았던 그가 자기 말고도 여러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농락 당했다 싶어 자살을 결행한 것이다. '늙지 않는 사랑의 안타까운 말로였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아무(79)씨. 나이보다 10년은 족히 젊어 보이는 말쑥한 차림인데 정자 그늘 아래 혼자 있다. 그는 '회장님'이다. 7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인천에서 혼자 살고 있다. 건축사업으로 번 돈은 자식들에게 집 한 채씩 마련해 주고, 천안에 고아원과 양로원을 세우는 데 썼다. 그에겐 어리나 늙으나 접근하는 여자들이 많다. 하지만 '순수해 보이지가 않아서' 아직 애인 삼은 이는 없다. '버스관광'을 통해 현지에서 이뤄지는 '즉석매춘'도 달갑지가 않다. 그는 아직도 순진하게 사랑을 기다린다.
''둘은 좋다면 뭐가 아깝겠어. 사랑이 깊어지면 다 주지. 그런데 돈주고 사는 것 같아 싫어. 그냥 주는 것과 달라고 해서 주는 건 다르잖아. 며느리가 다섯인데 주책없는 노인이란 소리 듣는 것도 싫고. 그러다 이렇게 나이만 들어버렸네. 이제 여든인데 다 됐지....''
그는 한 달에 한두 번 탑골공원에 나온다. 가끔 마음이 '뒤숭숭'할 때가 있단다. 이유를 물으니, ''그게 뭔지 모르지''하고 만다. 정말 사랑엔 나이가 없나 보다. 그저 해질녘 노을 빛깔일 뿐. 그 아름다움이 어떤가. 말이 모자라다. 황혼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월간 말 6월호 / 세태탐방-노년의 사랑과 성)


2002-06-12 14: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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