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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재앙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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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재앙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인류의 오랜 숙명이었던 생명연장의 꿈이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대수명의 연장이 출산율의 저하와 동시에 진행되면서 빚어내는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지각 변동을 충분한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면 이는 마치 재앙과도 같다.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 중 하나인 블랙스톤 그룹의 회장이자, 뉴욕연방준비은행 및 국제경제학연구소 등의 의장이기도 한 피터 피터슨은 ‘노인들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원제 Gray Dawn)라는 책을 통해 고령화의 충격이 실로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이며, 고령화라는 일종의 재앙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가를 역설하고 있다.

고령화는 마치 경제대국이라는 배가 항진해 나가는 미래의 수평선 위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빙산과도 같다.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은 지난 수세기에 걸쳐 경험한 노인인구의 전례 없는 증가와 유년인구의 감소에 불과하지만, 넘실대는 파도 밑에 감추어져 있는 실체는 엄청난 경제·사회적인 비용으로서, 이는 어떠한 경제대국이라도 제때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파선(破船)시킬 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고령화의 경제·사회적 비용이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가? 현재와 같은 사회보장제도와 퇴직연령이 유지되는 한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이들을 부양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근로세대의 부담능력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로마노 포르디 EU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앞으로 25년 안에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연금수령자가 된다. 이렇게 되면 누가 세금을 내고, 저축을 하며, 다음 세대를 키우는 동시에 노인세대를 부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노인들 중 상당수가 현재 약속 받은 연금급여를 못 받게 될 것인가?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런 암울한 얘기들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 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경이 되면 우리 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높고 가장 고령화되어 있는 유럽평균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의 충격이 위협적인 이유는 충격을 예견하더라도 대비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1995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당 연합정권은 연금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여 해체되었고, 같은 해 네덜란드 의회에서는 법률로 확정되었던 연금급여 삭감을 백지화하였다. 연금개혁 지지자들에게 철퇴를 내리겠다고 공언하고 나타나 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연금당(Pension Party)의 강력한 반발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목전에 닥쳐온 고령화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노인들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는 이와 같이 지극히 현실적이며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고령화문제 타개를 위한 각종 중요한 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해온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본 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이 놓쳐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이다. (조선일보 2002-6-21)



2002-06-22 1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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