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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새로운인생 - 젊어지는 법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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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새로운인생 - 젊어지는 법


누가 붉은악마(Red Devils)라고 이름지었는가? 장미꽃보다 더 아름답고 끓는 피보다 더 진한 붉은 물결이 온누리를 진동한다. 월드컵을 응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모습을 보면서 남자도 여자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상사도 부하 직원도 모두 승리를 위한 한결같은 염원으로 똘똘 뭉쳐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장수문화(長壽文化)이다. 월드컵으로 우리가 비로소 발견한 우리의 면모는, 나이 들었다고 밀려나고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공유하는 마당으로 뛰어나와야 함을 새롭게 가르치고 있다. 나이란 자신이 느끼는 만큼 먹고, 그만큼 늙는 법이다.

미국에서 연구하던 시절, 한국인 대선배 Q씨의 집에 초청받은 적이 있다. 댁에는 일흔여덟 되신 노모뿐 아니라, 아흔아홉과 아흔여덟이 되신 두 분의 장모님이 계셨다. 미국인인 Q씨의 부인은 친정어머니와 워싱턴에서 공부할 때 키워주셨다는 양어머니를 모두 집에 모시고 있었다.

마침 Q씨의 노모는 필자와 동향이어서 고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든 가까이 되신 분이 미국에서 한국의 고향이야기를 회상하며 기뻐하시는 모습은 눈빛이 초롱초롱한 아가씨와 다를 바 없었다. 할머니는 외모도 고왔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100세가 다 되신 사돈 두 분, 그러니까 미국 할머니들과 몸짓 손짓으로 어렵사리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너무나 즐거워하신다는 사실이었다. 국내에 계셨으면 당연히 며느리에게 대접받고 편하게 사셨을 텐데, 그런 데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Q씨 노모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백살 할멈들과 살다보니 나는 각시여. 그리고 우리 미국 며느리가 참 잘 모셔. 그냥 ‘헬로!’ 하면 다 돼.”

백세 노인 앞에서 여든 노인은 그야말로 청춘인 것이다. 그만큼 그분의 생활과 마음 씀씀이는 젊었다. 환경과 마음먹기에 따라 고령자의 위상과 태도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는 장수 고령사회이다. 일흔·여든의 나이가 이제는 드물지 않고 밀려나 있을 연배도 아니다. 30년 전의 일흔 노인과 지금의 일흔 노인 그리고 30년 후의 일흔 노인의 위상은 결코 같지 않다. 나이는, 생각하는 만큼 자신이 느끼는 만큼 먹고 늙는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 지긋한 앙코르 세대도 붉은 셔츠를 입고, 얼굴에 태극기 그려넣고, 젊은이 못지않은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뻤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연령차별이 없는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이자 지향해야 할 장수문화이다. (조선일보)



2002-06-22 16: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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