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노인복지 정책과 실천을 아우르는 한국노인복지학회

노인복지소식

  • STEP 01

    회원가입안내

  • STEP 02

    회원약관동의

  • STEP 03

    회원정보입력

  • STEP 04

    회원가입완료

제목

09-30 나이먹은 게 죄냐 모의재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8.08
첨부파일0
조회수
14887
내용
09-30 나이먹은 게 죄냐 모의재판





“피고인 기업가는 노인에게 조기 퇴직을 종용해 경제권을 빼앗고 향후 불어닥칠 인력난을 보지 못한 죄를 물어 YOU운동(Young and Old United)에 3만6500시간 동안 사회봉사를 선고한다. 또 정부는 노인 경시풍조를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긴 죄를 물어 조기 퇴직 종용 금지,연령차별 금지 정년연장 법제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명한다.”

29일 서울 방이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는 대한은퇴자협회 주최로 ‘나이 먹는 게 죄냐’라는 풍자모의재판에서 재판장은 이같이 선고했다.

피고는 조기 퇴직 종용 금지,연령차별 금지 위반 등으로 기소된 노여론(정부)씨,기업가(기업)씨. 원고는 조기 퇴직자 나정정(50),전직 교사 기산려(65·여),공기업 퇴직자 오륙도(56)씨. 모의재판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비춘 뒤 ‘우린 아직 안 끝났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됐다.

#재판정 앞-노인들의 넋두리

올해 정년 퇴직한 오륙도씨는 “퇴직만 안 당했어도 잘나가는 로터리클럽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출신 기산려씨는 “국가에서 무료로 패션디자인 가르쳐주는 데 다녀봤자 늙었다고 무시해 시켜보지도 않고,집에서는 돈 못 번다고 밥벌레 취급하고….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하소연했다. 나정정씨는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말이 늙은이들을 죽이는 말입니다. 재판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맙시다”라고 발언했다.

#기업가와 정부,네탓 공방

“정년이 50∼60세에 머물고 외환위기까지 겹쳐 일하지 않으면 생계 위협을 받는 많은 노인들을 쫓아내고….” 검사가 공소장을 읽어가는 순간 할머니 차림의 피켓 걸이 ‘조기 퇴직 종용 금지’라고 쓴 피켓을 들고 무대에 나섰다.

판사는 피고인 기업가와 노여론씨에게 “정신차려라”고 주의를 줬다. 변호사측은 “억울하다.공정한 재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지만 방청객들은 “잘한 게 뭐가 있다고”라며 야유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구조조정 명목으로 조기 퇴직을 종용했죠” 라고 심문했고,기업가씨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예”라고 했다. 검사가 “피고인이 60세인데 오륙도(55세 정년퇴직)에 걸리지 않았느냐”고 묻자,기업가씨는 “오너가 그런 게 어디있느냐.요즘 300대 1 경쟁률 뚫고 입사한 애송이들 열 트럭을 가져와 봐야 잔뼈 굵은 나만 하겠냐”고 반문했다.

검사 심문이 이어지고,노인인력과 외국인 인력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대목에서 기업가씨는 사실은 자신도 피해자라며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정부가 정년을 일찍 제정하지만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어요. 외국 애들 쓴다고 불법체류니 뭐니,계속 단속나오지! 경륜이나 일의 질로 따지면 노인인력이 더 낫다구요”라고 항변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부측 피고인 노여론씨가 발끈하며 “어디서 정부탓을 하느냐”며 기업가씨 멱살을 잡았다. 기업가는 “정부에서 제도를 그렇게 정해 놓은 거 아닌가?”라고 했고,노여론은 “기업들이 임금 아낀다고 그렇게 해달래매?”라고 반론을 폈다.

#손자에 일자리 내줘야 하는 할머니 심정

변호사는 희망퇴직당했다는 나정정씨에게 “좀더 버티지 그랬어요.젊은이들은 치고 올라오고,위에선 압력도 심했지요?라고 묻자 나씨는 “어디서든 일할 여건이 되면 일을 했겠지만 재취업이 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변호사는 “손자가 교직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질문을 던지자 기산려씨는 “죽을 날 얼마 남지 않은 내가 그만둬야지,늙은 게 죈디”라며 말을 흐렸다.

변호사는 요즘 인터넷을 모르면 세상과 단절되고 튀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기산려씨에게 IT분야 최고가 될 수 있겠냐고 추궁한 뒤 차라리 손주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기산려씨는 “그려! 니들이 굶든 헐벗고 있든 상관치 말고 내 살궁리 했어야 하는데 다 퍼준 내 잘못이지.늙어진 내죄여.죽을 때까지 내 밥벌이하면서 우리 아덜 힘들지 않게 사는 거 볼라구 이러는 겨”라며 울먹였다.

#노인들,“속은 후련하지만 현실이 달라질까?”

재판이 끝난 뒤 객석에 앉아있던 노인들이 서로 할 말 있다며 무대위로 나섰다. 퇴직 군인 김외생(75)씨는 “6·25,베트남전쟁,보릿고개 겪으면서 자식들 가르쳐서 일하면서 오늘날 이만큼 발전한 것 아니겠냐”며 “공연을 보고 마음이 후련하다. 정부에서 노인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양희(66·여)씨는 “집에 있자니 눈치가 보여 하루종일 전철만 타고 돌아다니는 노인이 1호선 전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소연했다.

[2005-09-30, 국민일보, 이동훈 서지현 기자]


2005-10-05 10:13:57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