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한국인의 장수비결 보고서
음식;한국인의 장수비결 사례 보고서
장수 음식이란 존재하는가?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팀이 백세인(百歲人)들의 식생활을 분석한 결과, 한두 가지 음식만 편식(偏食)하는 백세인은 없었다.
그러나 백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은 분명히 있었다.
백세인들은 채소류(98.4%)와 콩류(90.5%), 해조류(88.9%) 등을 즐겼고 짠 음식(55.6%), 죽·수프류(46%), 튀김류(41.3%) 등은 피했다.
◆채소·콩·해조류를 먹었다
전남 보성군에 사는 안아지(98) 할머니의 방엔 두유가 상자로 쌓여 있다.
치아가 거의 없는 안 할머니는 “요즘은 내가 요것(두유) 때문에 산다”고 말했다.
안 할머니는 평소 텃밭에서 콩과 녹두를 기르고 잡초를 뽑으면서 소일한다.
할머니의 밥상엔 두부 등 콩과 녹두로 만든 반찬이 푸짐했다.
“녹두가 얼마나 맛난데, 아들이 가끔 사오는 생선까지 더하면 진수성찬이지.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육식(肉食)을 즐기지 않는 대다수 백세인들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특히 콩의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동물성 단백질과 비슷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콜레스테롤로 인한 혈관계 질환(동맥경화 등)이 노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임을 감안할 때, 백세인들의 90%가 콩을 좋아하는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또 백세인들은 채소를 끼니마다 식탁에 올렸다.
전북 순창군의 김반월(92) 할머니는 “상추 등 직접 가꾼 채소를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이미숙(50)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채소를 나물로 만들면 생채소를 먹는 것보다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짠음식·죽·튀김류는 피했다
백세인 가운데 55.6%가 장아찌류를 싫어하는 음식으로 꼽았으며, 젓갈을 싫어한다는 백세인도 42.9%나 됐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장아찌나 젓갈 자체가 해롭다는 뜻이 아니라, 백세인들이 짠 음식을 피했다는 의미다.
전남 함평군 만홍리의 노홍귀(68) 이장은 “최근 98세로 세상을 뜨신 아버지께서 유난히 싱거운 음식을 좋아해 집사람이 따로 밥상을 마련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의 정시동(91) 할아버지도 “절대 짜게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숙 교수는 “소금·조미료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짜게 먹는 것은 노인들에게 해롭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남 담양군의 정순내(101) 할머니와 젓갈이 풍부한 전남 진도군의 임귀덕(90) 할머니는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며 양파 장아찌와 젓갈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기도 했다.
백세인들이 죽을 싫어한다(46%)는 것은 백세인들의 활동량이 많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게 공통점인 백세인들은 일반 노인들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따라서 배만 부르고 칼로리가 적은 죽보다 ‘밥+국+반찬’을 갖춘 식사를 선호한 것이다.(조선일보 2002-10-31 100세를 사는 사람들)
2002-11-01 09: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