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이제 불법 주차장을 떠나자
임 춘 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마늘 협상을 둘러싼 관계 공직자들의 면피행동이 점입가경이고, 모처럼 열린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추궁과 공적자금 문제, 그리고 미국의 경제위기가 불러올 파장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의 참패와 밝지 않은 8·8재보선의 전망으로 민주당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특히 2여년 동안 계속돼 온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관한 노사정 협상도 결렬되어 버렸는가 하면 대통령 아들들 비리는 `패밀리 비리'로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참모진도 청문회 증인으로 서야한다며 야당은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마치 불법 주차와 흡사하다. 도덕 불감증에 걸린 사회가 되어 버려 우리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거리를 가득 메운 차량의 물결을 보면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따진다면 승용차의 역할은 더없이 좋다. 그러나 서울시의 자동차 대수만 하더라도 2백만대가 넘어선 지금, 시민 5.4명당 1대, 1.8가구당 1대꼴로 늘어났다.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소들은 큰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도시환경공해가 이미 심각하다는 사실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지만 우리들은 쉽게 그 두려움을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소음은 기준치인 50db를 훨씬 초과한 61db로써 주범은 자동차이며,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등도 이미 허용치를 넘어선 지 오래된 일이다.
수십분씩 정체되는 교통체증이나 도로자체를 점유하고 있는 불법주차도 그 심각성이 크다. 차가 서지 않아야 할 곳에 서 있으므로 겪는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가득찬 자동차 때문에 차량은 물론 사람들도 통행이 불편하고, 화재가 날 경우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해 대형화재가 발생할 위험성 마저 높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남 남의 집앞이고, 골목이고, 조그만 공간만 보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차시키는 시민의 의식이 더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바로 찾는다면 다름아닌 올바른 주차의식의 부재이다. 누구나 다 조금은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자기 지신의 일을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정당화의 구실을 찾아 법과 도덕성을 슬쩍 비껴가는 통로가 보편화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개인의 출세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저 형식치레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를, 현대산업사회의 비인간화 현상 또는 그것의 구조적 모순이라든지 하는 까다로운 문제로 끌고가면 또 목소리 큰 사람들이 제 양심을 접어 두고 각기 큰 소리로 변명하며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시대는 비상이 걸린 민주당과 엇비슷한 사회환경이다. 우리 사회에 팽배되어 있는 불법주차 의식의 포화가 요란스럽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어디에 주차해 놓고 있는가,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자. 머물러 있지 않아야 할 유혹의 자리, 욕심의 자리에 불법으로 주차시켜 놓지는 않았는가.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자는 없는가.
이제 우리는 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을 빨리 전개해야 한다. 이에는 철저한 자기 고뇌를 통한 강인한 의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사고하고 행동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냉큼 이 불법주차장을 떠나야만 한다.
2002-07-30 09: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