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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의지 않는 보석같은 삶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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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에서 백세인(百歲人·centenarian) 연구를 주도했던 스즈키 마코토 박사는 과거와 현재의 백세인 변화를 ‘보석(寶石)에서 화석(化石)으로’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백세인은 그 연세에도 대부분 스스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백세인은 대부분 양로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누워 있거나 겨우 생명을 부지할 정도의 ‘와상노인(臥床老人)’이 돼 있다는 뜻이다.
뛰어난 복지시설 덕분에 선진국 노인들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의미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뇌리에 남는다.
반면 지난해 전국의 백세인 100여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아직도 ‘보석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의 B형 간염 항원 양성 비율은 평균 7%이다.
하지만 우리 백세인 중에는 단 한 명도 양성 반응이 없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의학적 통계이다.
또 백세인 중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경우는 2%쯤이었다.
우리나라 일반 노인의 당뇨병 이환율이 12%쯤 된다는 데 비추어보면 이 또한 놀라운 숫자이다.
우리 연구진이 더욱 감동한 것은 백세인의 70%가 아직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더라도 백세인 중 40% 정도가 거의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세인들은 항상 주변 이웃 사람들과 앉아 적극적 사회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감동을 주었다.
또한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본 결과, 혈액·간·신장·심장 등에서 유의한 이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청력은 35%, 시력은 20%가 매우 나쁜 상태였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 진료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상당수의 청력장애 백세인들은 조사용 보청기를 착용한 후 뛸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분들에게 보청기 기증 운동을 하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일부 감각기능은 저하돼 있지만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탁월한 건강의 소지자로서 여전히 ‘보석 같은 삶’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자부심’, ‘자신감’, ‘자립’, ‘능동’이다. 어떤 의미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복지개념은 오히려 백세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는 건강장수를 꿈꾸는 모든 예비 백세인들이 새겨둘 만한 교훈이다.

<조선일보 2002-05-10>박상철 서울대 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



2002-05-14 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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