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애들이 어디 노인네들과 함께 살려고 합디까?'' 경기도 구리시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장문탁(가명.75)씨는 하나뿐인 아들이 10여년전 결혼할 당시만 해도 아들내외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장씨의 의견대로 몇 개월간 함께 살기는 했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분가문제로 자주 싸우는 것을 보고는 바로 분가를 시켰다. ''따로 사는게 오히려 속 편해요. 애들 눈치 안봐도 되고, 애들 때문에 걱정하는 것 없고.. 이제는 애들이 함께 살자고 해도 제가 싫습니다. .'' 2남 1년을 둔 이숙자(가명, 68)씨도 약 7년간 큰 아들 집에서 살았지만, 몇 해전 집을 구해 따로 나와 살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어린 손자들을 7년동안 돌봐온 그는 ''손주들도 이젠 다 켜서 역할이 없어지고 며느리 눈치도 보여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로 불편한 것보다는 조금 외로운게 휠씬 낫다''며 ''연금과 아들, 딸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노인 혼자나 노부부끼리만 사는 노인단독세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전통적인 가족형태는 이미 오래전 얘기. 최근에는 노인들 스스로가 따로 살기를 원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년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 혼자사는 1인 가구는 70만 7천가구, 노인부부끼리 사는 가구는 85만 1천가구로 5년전보다 각각 44%, 47% 증가했다. 이처럼 노인단독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핵가족화에 따른 부양의식의 약화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고, 이와 함께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건강하고 경제력을 가진 독립적인 노인이 증가한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성신여대 김태현(가정문화소비자학) 교수는 ''노인이나 자녀 모두 따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달라졌다''면서 ''노인들의 경제적 수준이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노인단독세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9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전국노인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가구의 소득은 81만원 이하가 절반이상(57.8%)이었고, 주 수입원은 자녀로부터의 보조가 66.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일, 직업으로 인한 수입은 33%이었고, 연금이나 퇴직금, 개인연금 등과 같은 안정적인 노후소득은 매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역 인근에서 속옷 보따리 장사를 하는 안선자(70)씨는 하루 겨우 1-2만원 남는 이윤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안씨는 ''요즘장사가 안되는 바람에 당장 집세내는게 걱정된다''면서도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들어하는데, 손 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체 노인의 86.7%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노인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방안도 해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김태현 교수는 ''노인 스스로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건강관리나 경제적인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 ''며 ''무엇보다 노인전용주택 설립이나 노인세대를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 등 사회적인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