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연합신문 2002-5-6
임 춘 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평화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사회학 박사〉
올해는 정치의 해이다. 지방의회 의원과 자치단체장을 뽑는 6월 지방선거와 대통령을 뽑는 12월 대선이 실시되는 정치·경제·사회 등 각계각층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로 사회복지계에서도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들과 각 정당에서는 지역개발이나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수 많은 공약이 제시되겠지만 그러한 약속은 공약보다는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한번 반추해 보자. 2002년 제15대 총선에서 제시된 4개 정당의 사회복지 공약이나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사회복지 관련 분야의 사회보장부문 공약만 보더라도 공통적으로 몇 년째 반복된 제안이나 제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반복된 각종 공약은 결국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구호성 수단으로만 이용했을 뿐 총체적으로 정책적 참신성이 결여된 것들이 많았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절차와 단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각 정당의 공약은 대체로 이러한 단계별 추진계획이 거의 없었다. 즉 정책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인지를 전혀 제시하지 않아 책임있는 발표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각 정당의 개별 공약 사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도 없다. 각종 프로그램(사업)의 실행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각 정당이나 입후보자들은 화려한 프로그램을 나열하고 있을 뿐 이들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각종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선언만 하였을 뿐 정책의 시행에 당연히 수반되는 구체적인 재정규모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선거때마다 우리나라 정당의 정책제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없이 대부분 장미빛 선심공약만 일삼아 왔는데 각 정당·후보자들 역시 그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역개발이나 사회복지정책들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서 우수한 대안으로 개발되고 제시는 되었지만 선거후에는 정치체계나 정부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인하여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전후의 특정 사회복지정책이 적절하게 정책화에 적용되지 못하고 종국에는 정치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음이 오늘의 현실로 인식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제 약자계층이 선거에 즈음하여 강력한 집합체를 형성하여 사회복지정책에 관한 욕구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복지정책 집행을 감시하는 건전한 시민단체(NGO)의 역할을 극대화해야 한다.
대선과 지방자치단체 양대 선거에서 사회복지계는 물론 노동계, 여성계, 시민단체들이 폭넓은 사회참여를 통해 공익을 앞세운 여론형성과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에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정치세력으로 장애인 단체가 등장했었다. 2000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활당, 장애인 관련 선거공약 관철 등 숙원 과제를 풀어 보려는 장애인 단체들의 움직임이 어느때 보다도 조직적이었고 장애인단체총연맹을 앞세워 각 정당 대표들을 방문하여 장애인 복지정책을 추진하도록 강력히 요구하여 장애인 수당 확대 지급 등 많은 것을 따냈다.
이렇듯 장애인 단체에서 조직적이고 일관되게 보여준 결속력과 참여의식은 정당의 후보자 그리고 당선된 정치지도자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에 대한 실제 요구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대선을 대비하여 사회복지정책 대안을 개발하여 그 중요성을 정치지도자들에게 강하게 인식시키는 최근에 보기드문 새로운 사회복지운동의 지평을 열기도 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이나 지방자치단체 의원·단체장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입후보자 성향이 그 시대의 사회복지정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현실이 '투쟁이 곧 복지' 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정당이나 입후보자들이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유권자들의 요구를 최대한으로 반영한 선거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02-05-17 13: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