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부인이 필요해. 우리집은 여덟 식구가 북적대며 살지만 나는 외로워. 저녁 먹고 모두 제 방으로 가봐. 어디 마음놓고 대화할 수 있는 ㅏ람이 있나''(김창진, 67, 대전영동)
노년층의 이성교제가 단순한 친구보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
황혼재혼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자녀가 용돈을 잘 주고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며 아무리 효도를 다 한다해도 노년기의 외로움까지는 챙길 수 없다는 것. 주변여건 때문에 노혼을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재혼의 필요성만은 전적으로 공감하며, 특히 몸이 아플때 간병인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 동반자를 갈구한다.
또한, 성적욕구를 떳떳하게 해소하고 싶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덕기 할아버지(63, 가명)는 ''의젓하게 처신하려는 마음과 달리 때로는 유흥업소에서 2차도 가게 되데. 세상 떠난 마누라가 퍽 이해심이 넓은 여자였ㄴ데 '영감, 내 모른척 할테니 새장가 들어 잘 살다오슈'라고 말하는 환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한다.
홍필준 할아버지(71)는 ''남녀 사이는 성이 기본적''이라며 ''성관계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허물이 없어 친해질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대전 광역시 동구 노인복지관 노인교실에 참여한 노인 20명을 개별면접한 결과, 남자는 전원이, 여자는 60대 전원이 성적욕구를 느낀다고 답했고 70대 여성의 경우만 '가물가물하다'고 표현해 정도의 차는 있지만 노인들도 성적욕구는 모두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노년층의 욕구에 비해 이성교제가 재혼으로 이어지는 성사유은 5%에 불과하다. 사회적 편견, 경제적문제, 자녀의 반대, 고인에 대한 죄책감, 재사별에 대한 두려움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노부모의 재혼에 대해 딸이나 며느리는 비교적 이해하는 편이나 아들은 반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아버지 보다 어머니의 경우에 반대가 극심하다.
경제력이 부족한 노년층의 경우 자녀가 부양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며, 부유층은 유산 분배시에 자신의 몫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며느리 지윤정씨는 ''아버님이 아들과 한방을 쓰는데 새로 어머님을 모시면 고3과 고1로 성년이 된 딸, 아들이 한방을 써야한다''며 ''지금 대출금 이자도 제때 못내는 판국에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일가친척이나 사돈측의 반응도 아직은 냉담한 경우가 많다.
박순이 할머니(65)는 ''내가 재혼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손위 시숙에게 들어간 모양이야. 시숙어른이 갑자기 우리 친정 오빠를 찾아 오셔서 '자네 동생 교육 좀 잘 시키게. 여자가 부덕을 지켜야지 재혼은 무슨 재혼!'하고 어찌나 퍼부었던지 내가 싹싹 빌었어요''라며 섭섭해 한다.
한국노인의 전화 강병만 국장은 ''결혼을 결심한 후 자녀가 조금 싫은 눈치를 보이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크다면 껄끄러운 시선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얼마나 더 산다고 자식, 이웃 눈치보며 사냐는 것.
강국장은 ''단, 재혼 전 1년 정도 교제기간을 충분히 가져 상대방의 인격을 잘 파악하고, 서로의 재산은 어떻게 관리하고 생활비는 어떻게 부담할지 등의 현실적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니어저널 2002-5-20)
2002-06-07 14:57:58